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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할 때(하기전) 진짜 필요한 것

시드니촌년 2021. 12. 9. 22:47

동네 언니는 오늘도 저를 붙잡고 하소연을 합니다. 

 

진짜 내가 애들만 아니면 진작 이혼했지... 나 정말 애들만 다 크면 당장 이혼할 거야. 

 

더 이상 이 남자랑은 못 살겠어. 

 

내 말은 아예 귓등으로도 안 들어. 자기 할 말만 하고 결국은 내가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거지... 

 

아니 내가 어떻게 그 사람 기준에 딱 맞춰 살 수가 있어? 나는 사람 아니니?

 

아니 나도 직장다니면서 애 키우고 살림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그 사람 비위 맞추고 눈치 보느라 너무 미칠 것 같아....

 

 

주변을 보면 아직 젊은 나이들인데도 아이를 핑계로 각방을 쓰고 있는 무늬만 부부인 분들, 당장 이혼을 하고 싶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혹은 아직 내가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 우선(?) 참고 사시는 분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혹시 제 주변에만 많은 건 아닌지... ㅎㅎ 

 

이 글을 쓰기 전에 이혼사유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나 조사해 봤더니 역시나 다 알만한 내용들이더라구요. 

성격차이, 외도, 경제적 이유, 시댁문제, 친정문제...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황혼 이혼의 증가를 들 수 있습니다. 일반화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오랜 기간 각방 혹은 별거를 하던 부부가 아이들이 장성하여 독립하고 나면 함께 살 이유가 더 이상 없어지기 때문에 이혼이 증가하는 걸로 나오더라고요. 

 

그렇다면 이혼을 지금 준비(?)하고 계시거나 이혼 조정 중이신 분들.. 이 분들에게 정말 필요한건 뭘까요?

 

6년 전 남편이 이혼 통보를 해왔습니다. 

물론 저희 부부도 저 흔한 이혼 사유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어요. 성격차이, 고부간의 갈등... 

머나먼 이국 땅에서 남편하나 바라보고 살고 있었는데, 이혼은 절대 안 된다 하였지요... 하지만 이 나라 법이 합의이혼이 아니라 둘 중 한 명만 이혼을 원해도 자동으로 이혼이 되는 시스템이라 제게는 다른 선택이 없었어요. 

만 3세였던 큰 딸과 아직 모유수유도 못 끊은 둘째를 데리고 넘 막막했어요. 

돌아보면 그 세월 어떻게 버텼는지... 

여전히 저소득자 이며, 우리 셋 몸 누울 수 있는 작은 집에 살며 (정말 감사할 일) 아직도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이혼 이후의 제 개인의 삶 만족도는 훨씬 높네요. 이혼을 밀어붙인 전남편이 고마울 정도 ㅎㅎ

 

어찌 됐건 남편이 이혼한다고 날뛰고 있는데 어떻게 하냐 했더니 주변에서 다들 한 마디씩 하더 라구요. 

증거를 남겨야 한다... 무슨 증거? 돈은 무조건 반반 나눠야 한다 (위자료라는 시스템 없어요 여기) 

양육권은 무조건 지켜라... 그냥 애들 데리고 짐 싸들고 나와라... 등등.. 

 

카더라 통신을 바탕으로 조언아닌 조언을 많이들 해 주시더라고요. 

 

이혼!!

 

카더라 통신은 접어두세요. 주변에 이혼 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참고하는 것도 좋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바로 변호사를 찾아가는 일입니다. 당장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상담을 먼저 받아보세요. 정말 정말 정말 내가 못 살겠어서, 당장은 아니지만 미래에 이혼을 할꺼라면 변호사,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수 입니다. 

가능하다면 여러 명의 변호사를 만나보시길 추천드리고요..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가정폭력(신체적 정신적 모두 포함)이 있는 경우 특히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게 좋을 듯합니다. 

하나의 법이긴 하지만 각자 해석 하시는게 다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혼 하기전 돈을 모아야 한다?? 글쎄요 얼마나 모을 수 있으세요? 저처럼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는 가정주부 이면 사실상 돈 모으기는 힘들죠. 바닥부터 개고생 할 각오 하셔야 해요. 

난 직장맘이다? 그럼 조금더 나을 수가 있겠지만 역시 이혼이 쉽지는 않을 거예요. 

 

흔히들 말 합니다. 요즘은 다들 이혼 하잖아... 이혼 그거 별거 아니야.. 

 

맞는 말 일 수도 있고 틀린 말일 수도 있어요. 

 

예전에 비하여 많이 오픈 된 건 맞지만, 다른 사람들도 많이 한다고 해서 그게 쉬운 일일 꺼라는 생각은 안 하셔야 해요. 

 

막상 이혼이라는 과정에 들어가게 되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당연히 동반되며 말도 안되게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이혼하고 싶으세요?

 

그럼 진짜 필요한 건 체력이에요. 정말 기언치 잘 먹어야 합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셔야 해요. 체력이 달리면 이혼도 못해요. 버텨야 하거든요. 

 

뭐? 이혼 할때 진짜 필요한 게 체력이라고?

 

네. 

 

경단녀인 데다가 애들이 어려서 애들 좀 키워 놓고 직장 잡은 다음에 이혼하고 싶으세요?

 

진짜 잘 챙겨 먹고 운동하세요. 

 

이혼 소송 중이세요?

 

그럼 체력을 키울 틈이 없죠, 입 맛도 없어요. 잠이 쏟아지기도 했다가 한 숨도 못 자기도 했다가 난리도 아니에요. 그럼 좋아하는 음식 일부러 찾아서 양껏 잘 먹으세요. 정신력으로 버텨야 하거든요. 

 

정말 생뚱맞죠?

이혼하는데 잘 먹고 운동하라니... 

 

6년 전 유모차 밀고, 변호사 만나러 다니면서, 집 나온 첫 해에 이사를 4번이나 다니면서 그리고 이혼 소송을 1년 동안 진행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건 말도 안 되는 피로감입니다.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다가 잠든 적도 있어요. 할 말 다 했죠. 

정신력 하나, 깡으로만 버티기에는 너무 힘들어요. 

 

이혼할 때 필요한 건 뭐다? 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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