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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제발 물어보세요. 아이 자존감. 본문

사람을 키워내는 일

아이에게 제발 물어보세요. 아이 자존감.

시드니촌년 2021. 12. 1. 22:12

어느 날 학교에 다녀온 초등 2학년 둘째 아이가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 소연이가 집에서 슬라임 가지고 놀다가 슬라임 테이블에 올려놓고 손 씻으러 갔는데

소연이 엄마가 "이거 누구 거야?"라고 큰 소리로 말하고 슬라임 버렸어. 

근데 소연이 엄마는 자기 집에 있는 슬라임이 누구 건지 진짜 모르나? 당연히 소연이 꺼지.

 

아, 그렇지.. 아마 알고 있었을 거야.

 

응 근데 소연이 화났어. 

 

그치... 화 날 수 있지.. 근데 소연이 엄마가 실수한 것 같은데 무슨 실수였을까?

 

이미지 출처: gettyimages.com.au

한국에서의 방문 교사일을 하며, 호주에서 유치원 교사 일을 하며 참 많은 부모님들을 만나고 많은 상담들을 진행했었지요. 그러면서 한국이든 호주 이든 국적 인종 상관없이 부모는 다 같구나 라는 생각도 많이 했더랬죠. 

 

그리고 참으로 많은 부모님들이 내 아이가 자신감 있는 아이, 자존감 높은 아이였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분들도 꽤 계십니다. 

 

"우리 애는 왜 이리 자신감이 없을까요 선생님" 그러면서 아이에게 어깨 펴고 당당히 걸어. 큰소리로 또박또박 말하고. 이렇게 지시하십니다. 이렇게 하면 자존감이 올라갈까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 볼게요. 누군가가 내 말에 귀 기울여 주고, 내 의견을 물어 봐주고 내 생각을 존중해주며 실수하더라도 내 생각대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앞에서라면 전 제 스스로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껴질 것 같아요. 뭔가 그 사람 앞에서는 더 내 의견을 피력하며 리드할 수 있겠죠. 

 

요즘 부모님들 그 누구보다 내 아이에게 열과 성의를 다 한다는 건 굳이 두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 누구보다 내 아이를 가장 많이 사랑한다는 것도요. 그런데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이 아이의 생각을, 의견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었을까요?

 

00아, 이걸로 해, 엄마가 봤을 땐 너한테 이게 젤 잘 어울려. 이게 젤 좋은 거야.

엄마가 이번에 00 학원 등록했어. 너 이제 학교 가니까 젤 좋은 학원으로 엄마가 골랐어. 

 

이미지 출처 : gettyimages.com.au

다시 소연이 이야기로 돌아가 볼게요. 

 

저희 아이가 한 대답은 이거였습니다. 

 

"소연이 엄마가 안 물어봤어. 다 놀았는지..."

 

물론 슬라임을 버리기 전에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아이에게 슬라임 다 가지고 놀고 치우라고 몇 번 얘기를 했다든지, 아니면 그날따라 엄마의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었다든지... 

 

하지만 저 상황만 놓고 본다면 소연이 엄마가 슬라임을 버리기 전에 소연이에게 슬라임 놀이 끝난 건지 먼저 확인하고, 버려도 되냐고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고 나서 아이가 놀이는 끝났지만 버리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아이 스스로 슬라임을 치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야 합니다. 아이가 깔끔하게 치우지 못한다고요? 괜찮습니다. 누가 처음부터 잘합니까? 아무리 어린아이들도 여러 번 하다 보면 결국 잘하게 됩니다. 하다못해 어른들도 그러는 걸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뭘 그리 일일이 다 묻냐고, 아이에게 허락받냐고. 

 

그게 아닙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내게 말도 없이 내 물건을 쓰레기 통에 버렸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아이에게 정확한 울타리를 제공하고 그 안에서, 아이의 의사를 묻고 아이 스스로 결정을 하게 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의외로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을 많이 줄여 줍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겠죠? 부모가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면 아이 역시 부모를 존중할 테니.... 

 

아이에게 물어봐 주세요 그리고 귀 기울여 주세요. 자존감 키우기 엄청 어려운 일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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